만드는 비용이 내려간 뒤 창업 병목은 어디로 옮겨 갔나?

스티브 블랭크가 2011년과 2026년의 창업 환경을 비교한 표를 읽고, 제품 개발 대신 해자·고객 도입·적합성 기준에서 병목이 생긴다는 판단을 창업팀 점검 항목으로 바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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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열에는 입구가 좁은 깔때기, 오른쪽 열에는 넓은 입구 아래로 병목이 옮겨 간 깔때기를 나란히 그린 표지 그림

블랭크가 교실 밖에서 다시 본 4가지 변화

스티브 블랭크의 4부작 가운데 3부는 강의실 밖을 다룹니다. 1부와 2부에서 그는 AI로 만든 첫날 시제품이 고객 증거가 되지 못하고, MVP를 다룬 수업 설계 요소가 쓸모를 잃었다고 진단했습니다. 3부에서는 수업이 2011년 스타트업의 속도와 환경을 본떠 설계됐다는 점을 짚고, 그때와 지금 달라진 바깥 조건을 정리했습니다.

블랭크가 꼽은 바깥 조건은 4가지입니다. 벤처 투자(얼마를, 언제, 누구에게서 조달할 수 있는지), 스타트업이 제품을 만드는 방식(핵심 기술 플랫폼과 개발 도구), 제품을 만드는 비용(출시까지 걸리는 시간, 팀 규모, 필요한 자본), 고객 도입(고객이 제품을 평가하고 사고 배치하고 쓰는 방식과 속도, 직접 만들지 사서 쓸지 판단하는 기준)입니다. 그는 2011년 수업이 이 4가지 조건을 전제로 짜였고, AI가 그 조건을 크게 바꿨다고 봤습니다.

원문 비교표에서 기업용 소프트웨어 부분 읽기

3부에는 2011년과 2026년의 스타트업 환경을 업종별로 비교한 긴 표가 들어 있습니다. 스타트업 전체, 기업용 소프트웨어, 소비자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치료제·생명과학, 의료기기로 나눠 적었습니다. 아래 이미지는 그중 기업용 소프트웨어 부분만 잘라 낸 것입니다. 창업팀이 가장 많이 시도하는 B2B SaaS와 업무용 AI 서비스에 바로 대입할 수 있는 부분이라 골랐습니다.

표에서 블랭크는 2011년 기업용 소프트웨어가 좌석 단위로 팔렸고, 제품-시장 적합성에 이를 때 대부분 엔지니어인 15~30명이 연간 500만~1,000만 달러를 썼다고 적었습니다. 당시 해자는 코드를 짜는 데 걸린 시간과 전환 비용, 영업 관계, 생태계였습니다. 2026년 칸에는 일이나 결과 단위로 팔고, 3~10명 팀이 예전에 50명이 내던 매출에 이른다고 적었습니다. 고객은 디자인 파트너가 되고, 며칠 만에 시범 운영하고, 좌석 대신 결과에 돈을 낸다고 썼습니다. 해자로는 자체 데이터, 업무 흐름의 깊이, 유통, 접근 권한, 보정된 평가 세트 등을 들고, 목록 끝에 ‘코드는 빼고(not the code)’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표는 블랭크가 자기 관점에서 정리한 비교표입니다. ‘직원 1인당 매출 100만 달러가 실제 기준이 됐다’ 같은 문장에는 원문에 근거 자료가 함께 실려 있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업계 통계로 쓰지 않고, 그의 판단으로만 소개합니다.

2011년과 2026년의 스타트업 환경을 비교한 스티브 블랭크의 표 중 기업용 소프트웨어 행만 잘라 낸 영어 표 이미지
블랭크 3부 비교표 가운데 머리글과 기업용 소프트웨어 행만 잘라 크기를 줄였습니다. 원문 표는 6개 분야를 다룹니다. 이 글의 병목 비교에 필요한 부분만 인용했습니다. 출처 Steve Blank, The World Outside the Classroom Changed, The Class Didn’t (steveblank.com)

병목을 행과 열로 놓고 비교하기

블랭크는 비교표를 보고 눈에 띈 점 4가지를 적었습니다. 도입과 확장의 병목은 여전히 있고 위치만 옮겨 갔다는 점, 제품-시장 적합성에 시장별 목표 지점이 필요하다는 점, 고객이 디자인 파트너가 될 의향이 있다는 점, 방어 가능한 해자를 찾는 일이 중요해졌다는 점입니다. 첫 번째 문장을 원문 그대로 옮깁니다. “Bottlenecks for adoption and scale still exist, they’ve just moved elsewhere.”

아래 도식은 원문 표의 스타트업 전체와 기업용 소프트웨어 내용을 작성자가 5개 행으로 줄인 것입니다. 투자 조건은 업종과 회사 규모에 따라 차이가 커서 도식에서 뺐습니다. 연보라로 칠한 칸은 작성자가 표시한 것으로, 창업팀이 시간을 더 써야 하는 곳입니다. 제품 만들기 행은 칠하지 않았습니다. 블랭크의 표대로라면 명세가 며칠 만에 작동하는 제품이 되므로, 이 행에서 팀 간 차이가 크게 벌어지기 어렵습니다.

제품 만들기, 해자, 고객 도입, 부족한 자원, 적합성 기준 5개 행을 2011년과 2026년 열로 비교하고 2026년의 해자, 고객 도입, 적합성 기준 칸을 연보라로 표시한 매트릭스 도식
원문 사실: 각 칸의 내용은 블랭크 3부 비교표에서 옮겼습니다. 작성자 해석: 연보라 칸은 2026년에 창업팀이 시간을 더 써야 한다고 작성자가 표시한 곳입니다. 이미지를 열어 확대할 수 있습니다. 화면이 좁으면 도식을 가로로 스크롤해 글자를 확인하세요.

제품-시장 적합성을 업종별 목표로 나눕니다

블랭크는 15년 동안 ‘제품-시장 적합성’이라는 말 하나로 최종 사용자, 추천자, 요구사항 작성자, 규제 기관까지 설명해 왔고 지금까지는 그것으로 충분했다고 썼습니다. 다음 수업부터는 이를 분야별 증거로 바꾸겠다고 밝혔습니다. 아래 표는 3부 원문의 분야별 목표를 옮긴 것입니다. 4부에서는 이 목표를 ‘제품-결과 적합성(Product/Outcome Fit)’이라는 이름으로 묶습니다.

블랭크 3부가 제시한 분야별 적합성 목표(원문 요약)
분야블랭크가 제시한 목표
기업용 소프트웨어결과·에이전트 적합성: 에이전트가 고객 업무 흐름에서 정해진 결과를 내는지
소비자 서비스대량 제작과 시험: 여러 변형을 동시에 만들어 반복 시험
하드웨어디지털 트윈과 실제 물리 결과의 적합성
생명과학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평가 지표의 증거
교육표준화되거나 검증된 외부 평가로 시험

예시: 소상공인 예약 관리 ‘단골노트’에 대입하기

예시로 가상의 창업팀 ‘단골노트’를 들겠습니다. 미용실과 네일숍이 예약, 고객 메모, 재방문 알림을 한곳에서 관리하는 서비스를 AI로 2주 만에 만들었습니다. 2011년 환경이었다면 이 정도 제품을 빨리 만든 것 자체가 경쟁력이었을 것입니다. 블랭크의 비교표를 기준으로 보면, 2026년에는 같은 기능을 다른 팀도 짧은 기간에 만들 수 있고, 1부에서 그가 지적했듯 일부 고객은 AI로 직접 비슷한 도구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단골노트 팀이 이번 달에 확인할 질문은 기능보다 병목 쪽에 있습니다. 해자 행에서는 매장이 쌓은 고객 메모와 방문 기록이 다른 서비스로 쉽게 옮겨 가는지, 그 데이터가 쌓일수록 서비스가 더 쓸모 있어지는지를 봅니다. 고객 도입 행에서는 원장이 직접 결정하는지, 프랜차이즈 본사가 정하는지, 시범 운영을 며칠 안에 시작할 수 있는지를 봅니다. 적합성 기준 행에서는 ‘재방문 예약이 늘었다’처럼 매장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결과를 하나 정합니다.

블랭크의 표에서 소비자 소프트웨어 칸은 매주 수천 개의 비슷한 AI 제품이 출시되고, 네트워크 효과·브랜드·취향을 빼면 주말 사이에 복제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단골노트처럼 소상공인을 상대하는 서비스는 기업용과 소비자용 사이에 있으므로, 두 칸을 함께 읽고 우리 고객에게 맞는 쪽을 고르는 것이 작성자의 제안입니다.

이 비교를 그대로 옮기기 어려운 부분

블랭크의 비교표는 미국 벤처 투자와 스탠퍼드 수업 경험을 바탕으로 합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칸의 2011년 시드 50만~150만 달러, 2026년 컴퓨팅과 유통 비용을 위한 5,000만 달러 조달 같은 숫자는 미국 벤처 시장을 기준으로 한 서술이므로 국내 투자 환경이나 정부 지원사업에 그대로 적용하지 않습니다. 의료기기 행에서 그가 쓴 FDA, 보험 급여 관련 내용도 미국 제도를 전제로 합니다.

그래도 판단 방식은 옮겨 쓸 수 있습니다. 2011년 기준에서 병목이던 일과 2026년에 병목이 된 일을 우리 업종에 맞게 다시 적어 보면, 팀이 시간을 어디에 쓰고 있는지 드러납니다. 블랭크는 이 변화를 바탕으로 수업 후반부에 디자인 파트너 확보를 목표로 두겠다고 밝혔고, 그 구체적인 일정은 4부에서 다룹니다.

단골노트 팀이 다음 2주를 정한 방식

예시로 단골노트 팀이 도식의 5개 행을 자기 업종에 맞게 다시 써 본 뒤 내린 결정을 적습니다. 팀은 지난 2주 동안 쓴 시간을 행별로 나눠 봤고, 제품 만들기 행에 시간의 대부분이 몰려 있었습니다. 해자 행과 고객 도입 행에는 확인한 내용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팀은 다음 2주 동안 새 기능 개발을 멈추고 두 가지를 확인하기로 정했습니다. 첫째, 미용실 원장 5명에게 지금 고객 메모를 어디에 남기는지, 다른 서비스로 옮긴 적이 있다면 무엇이 불편했는지 묻습니다. 둘째, 프랜차이즈 매장 2곳과 개인 매장 3곳에서 새 도구 도입을 누가 결정하는지 확인합니다. 결정한 사람이 원장이라면 시범 운영 제안서를 원장 기준으로, 본사라면 본사 담당자 기준으로 다시 씁니다.

이 결정이 맞았는지는 2주 뒤 해자와 고객 도입 행에 고객 기록이 채워졌는지로 판단합니다. 여러분 팀도 같은 방식으로 지난 2주의 시간을 행별로 나눠 보면, 다음에 비워 둔 행이 어디인지 바로 드러납니다.

확인한 공식 출처

  1. Steve Blank, The World Outside the Classroom Changed, The Class Didn’t (steveblank.com, 2026-09-28)
  2. Steve Blank, The World Outside The Classroom Changed, The Class Didn’t (Poets&Quants 게재본, 2026-09-29)